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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9월 17일부로 다시 근로자 신분이 되었다. 다시 일을 시작하자마자 넘쳐나던 시간이 부족해지고 블로그는 뒷전이 되어버렸다. 약 한 달 반 가량의 백수생활을 블로그에 차곡차곡 기록해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51일이었다. 일을 시작하기 전날 밤까지도 이게 옳은 건가(?)하는 회의감이 수도 없이 밀려왔었다. 일 자체는 내 전공과 맞아 잘 해낼 자신이 있었다. 그렇기에 서류를 넣고 면접을 본 것인데 막상 합격해서 출근하려니 덜컥 겁이 났다. 나 이번 해까지는 쭉 놀려고 했는데. 주변에도 백수 라이프를 즐길 거라고 큰소리 뻥뻥 치고 다녔는데 뒤로는 몰래 구인 자리를 알아보고 서류를 준비한 스스로의 이중성이 부끄러웠다. 남자친구는 별 걸 다 부끄러워한다고 뭐라했지만 여튼 나는 그랬다. ..
*먹은 것 아침: 필라델피아 치즈케익 1조각, 우유 점심: 새우버거 저녁: 새우버거 **간 곳 배내과의원 스타벅스 유가네닭갈비 공차 운동 ***2018년 9월 15일 토요일 1. 신체검사 나 진짜 이상하다. 왜 갈수록 더 늦게 일어나는 걸까? 다음 주부터 생체리듬이 직장인 모드로 바뀐다는 걸 예감이라도 한 것처럼 이번주 내내 기상 시간이 엉망이다. 몸이 '지금 아니면 늦잠 못 자!'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 오늘도 8시까지 신체검사 받으러 가는 게 목표였는데 8시 반에 일어나버렸다. 신체검사 자체는 생각보다 빨리 끝났고, 몇 시간 후에 나올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데 추가 검사가 필요한 항목이 나와서 최종 신체검사서 발급은 며칠 더 걸린다는 말을 들었다. 추가 검사 항목에 대한 걱정보다는 완벽히 서류를 준비해..
*먹은 것 아침: 필라델피아 치즈케익 1조각, 우유 점심: 새우버거 저녁: 새우버거 **간 곳 무중력지대 G밸리 운동 ***2018년 9월 14일 금요일 1. 백수일기 연재 종료 예고 어쩌다보니 면접에 합격했다. 세상에. 전혀 기대도 안한 곳에서 덜컥 붙어버리다니. 기쁜 마음 반 얼떨떨한 마음 반. 얼떨떨한 마음 쪽에는 충분히 못 놀고 다시 일을 구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갑작스럽게 다시 직장인이 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섞여 있다. 분명 내가 먼저 서류를 제출하고, 면접을 보고, 모든 게 내 선택과 결정으로 진행된 일인데 이상하게 작은 미련들이 자꾸 따라온다. 이번 직장은 스케줄 근무로 돌아가다보니 공휴일에도 쉴 수 없다. 다음 달 예정이었던 엄마와 할머니와 이모들과의 베트남 여행도 취소했고 나혼자 생각 ..
*먹은 것 아침: 필라델피아 치즈케익 1조각, 사과주스 점심: 밥, 김치볶음, 멸치볶음 저녁: 비빔냉면+갈비, 자몽허니블랙티 **간 곳 고용센터 마이스윗인터뷰 인덱스 육쌈냉면 스타벅스 롯데리아 ***2018년 9월 13일 목요일 1. 내 인생이, 너무 빠르게 휙휙 지나간다 아침 내내 실업급여 생각에 혼이 쏙 빠졌었다. 왜 미리미리 준비해두지 않았을까. 이미 십 여일이나 지난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 노릇이지만 아무리 봐도 9월 3일 월요일이 제일 베스트였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일을 수도없이 후회하며 우울한 기분으로 고정 지출을 다시 계산하고, 생각보다 더 막막한 현실 앞에 또 조금 더 우울해졌다. 일단 정신차리고 내사랑 따릉이를 타고 고용센터로 갔다. 가는 길이 자전거로 가기에 괜찮고 도보도 널찍해서..
*먹은 것 아침: 모닝죽 호박죽 간식: 필라델피아 치즈케익 두 조각, 아이스 아메리카노 점심: 회전초밥 저녁: 짜파구리 **간 곳 미카도스시 요가교실 카페 그레코 ***2018년 9월 12일 수요일 1. 임시 종료 취업 준비의 쓴맛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합격 발표가 나는 오늘 은근히 합격 전화를 기다렸고, 평균 15분에 한번씩 홈페이지를 확인했다. 합격자 발표가 올라온 이후에도 합격자 발표를 확인했다. 발표글을 계속 보다보면 합격자 이름이 내 이름으로 바뀌기라도 할 것처럼. 누구 한명은 더 좋은 곳에 취직해서 여기를 포기했으면-하는 바람도 있었다. 준비했던 두 곳의 면접이 끝났고, 한 곳은 결과까지 나왔다. 짧은 듯 짧지 않았던 일주일이 스쳐지나간다. 한 곳마다 준비해야 했던 어마무시한 양의 서류, 방문..
*먹은 것 아침: 식빵(무화과잼+땅콩버터), 월드콘 점심: 오늘의커피 저녁: 필라델피아 치즈케익 두조각, 무화과잣치아바타 **간 곳 주민센터 스타벅스 안국 153 관광인 일자리센터 ***2018년 9월 11일 화요일 1. 취준의 늪 왜 면접이란 이렇게 후회만 남기는 걸까. 아쉬운 것만 자꾸 생각난다. 며칠 간의 일상이 와르르 무너지고 이것저것 서류 떼며 나간 돈, 이동 중에 허겁지겁 사먹은 간식거리에 또 훌렁훌렁 돈이 나가는 등 경제관념도 붕괴되면서 더 심란한 것 같다. 이 좋은 날씨에 완벽하게 놀지도 못 하고 완벽하게 구직활동도 못 하고 내가 무얼 하는 중인지 조금 정신이 멍하다. 응, 이게 바로 취준이구나. [행복한 백수생활] 이라는 타이틀 아래 씩씩하게 6개월을 살아보려 했는데 한 달치 월급이 더 ..
*먹은 것 아침: 사과 3쪽, 한입맘모스 점심: 모닝죽 단팥죽, 런던 판다베어 밀크브라우니 저녁: 모닝죽 꿀고구마, 미숫가루+우유+꿀 **간 곳 주민센터 무중력지대 G밸리 마이스윗인터뷰 관광인 일자리센터 ***2018년 9월 10일 월요일 1. 말할 수 없는 비밀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은, 여기에서만 고백하건데 나는 백수일기를 쓰면서 슬쩍슬쩍 취업준비를 하고 있었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생기고 그렇기에 요즘 일상은 좀 지루하고 더디게 흘러갔었다. 정신없이 바쁘다는 게 어떤 뜻인지 제대로 실감한 날이었다. 주민센터에서 서류를 떼고, 지밸리에서는 서류를 스캔하고, 프린트하고, 예약한 면접복장을 찾으러 가고, 예약한 면접 컨설팅을 들으러 가고. 백수가 더 바쁘다는 게 틀린..
*먹은 것 아침: 사과 3쪽, 한입맘모스, 카스테라 조금 점심: 끓인 누룽지, 김치볶음 간식: 아이스커피 저녁: 카스테라 빵 **간 곳 스타벅스 ***2018년 9월 9일 일요일 1. 작업할 땐 스타벅스가 좋아요 하루종일 스타벅스에만 머무른 날. 햇빛이 가장 강렬한 시간대에 들어와서 저녁 노을이 보일 쯤 나왔다. 자색고구마라떼와 마카다미아 쿠키라떼 시음행사가 있어 하나씩 챙겼다. 항상 느끼지만 스타벅스 시음용 컵은 너무 귀엽다. 집에 가져가서 인테리어 소품으로 재활용해도 그럴싸할 듯 한데 아직 활용방안을 찾지 못해 늘 얌전히 버리고 온다. 아, 참고로 시음했을 때 자색고구마라떼는 생각보다 맛이 연하고 전혀 달지 않았다. 마카다미아 쿠키라떼는 적당히 달달하고 견과류의 고소함이 느껴졌음. 쿠키의 씹는 맛까지..
*먹은 것 아침: 사과 3쪽, 식빵(딸기잼+땅콩버터) 점심: 끓인 누룽지, 김치볶음 간식: G7커피 저녁: 팥크림치즈식빵, 앙버터, 카스테라(빵파티!) **간 곳 무중력지대 G밸리 수바코 이몸이만든빵 또아식빵 ***2018년 9월 8일 토요일 1. 더위의 마침표 아침에 일어나면 탁 트인 창문으로 바깥날씨를 먼저 확인하는데, 요즘은 계속 '와, 하늘이 이래도 돼?', '날씨 너무 좋은 거 아니야?' 하면서 혼자 감탄하고 혼자 놀란다. 바로 몇 주 전의 폭염과, 폭우와, 변덕스러웠던 날씨가 거짓말처럼 느껴진다. 따릉이 타고 멀리멀리 가고 싶다. 가을이 가기 전에 안양천의 시작부터 끝까지 따릉이로 한번 다녀올 생각이다. 돌아다니기 좋은 이 맑은 날씨의 축복을 듬뿍 누려야지. 2. 오늘은 빵의 날1 - 빵 스케..
*먹은 것 아침: 미숫가루+꿀+우유, 식빵(토마토잼+땅콩버터) 점심: 짜파게티 간식: 아이스 아메리카노, 티라미수 마카롱 저녁: 간장계란밥, 이모가 준 과자 **간 곳 JAJU 을지빈 운동 ***2018년 9월 7일 금요일 1. 소비와 절약의 역설적 관계 한번 마음 쓰이는 물건이 생기면 어떻게 해서든 그 물건이 계속 생각나게 된다. 안 사고 후회하느니 사고 후회하는 게 소중한 내 시간과 정신에도 더 나을 것 같아서, 예의 트렌치코트는 하루 고민한 끝에 결국 질러버렸다. 곱게 담아와서 아직 상표도 떼지 않고 그대로 옷걸이에 걸어뒀다. 영수증을 지참하면 7일 이내에 환불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되뇌이며, 자린고비가 천장에 매달아 놓은 굴비마냥 한번씩 옷장을 열어 잘 있나 확인하고 있다. 2. 을지빈은 이런 곳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