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백수일기 D+43 본문
*먹은 것
아침: 미숫가루+꿀+우유, 식빵(토마토잼+땅콩버터)
점심: 짜파게티
간식: 아이스 아메리카노, 티라미수 마카롱
저녁: 간장계란밥, 이모가 준 과자
**간 곳
JAJU
을지빈
운동
***2018년 9월 7일 금요일
1. 소비와 절약의 역설적 관계
한번 마음 쓰이는 물건이 생기면 어떻게 해서든 그 물건이 계속 생각나게 된다. 안 사고 후회하느니 사고 후회하는 게 소중한 내 시간과 정신에도 더 나을 것 같아서, 예의 트렌치코트는 하루 고민한 끝에 결국 질러버렸다. 곱게 담아와서 아직 상표도 떼지 않고 그대로 옷걸이에 걸어뒀다. 영수증을 지참하면 7일 이내에 환불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되뇌이며, 자린고비가 천장에 매달아 놓은 굴비마냥 한번씩 옷장을 열어 잘 있나 확인하고 있다.
2. 을지빈은 이런 곳
을지로 3가 골목 안 2층에 있는 곳. 30분마다 한 번씩 괘종시계가 울리는 곳. 프릳츠 원두를 쓰는 곳. 빈티지한 느낌 속에서도 깔끔함과 쾌적함을 유지하는 곳. 작업하기 좋은 높이의 탁자가 있는 곳. 비 오는 날 머무르고 싶은 곳. 내가 괜히 혼자 아끼는 카페.
이 곳에서 고대하던 만남이 있었다. 전에 라이팅클럽 수업을 같이 들은 D님께 라이트룸을 배웠는데, 아직 맥북 사용도 백 퍼센트 숙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난생처음 라이트룸까지 만지려니 좀 힘들긴 했다. 우왕좌왕했지만 그래도 D님이 굉장히 성심성의껏 알려주신 덕분에 기본 개념을 차근차근 익힐 수 있었다.
D님은 최소 10년 정도 라이트룸을 다뤘을 것이다. 10년이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10년의 시간동안 한 분야에 계속 몰두하며 쌓은 내공과 지식을 제공하는 모습이 멋있게 보였다.
3. 의식의 흐름
금요일 밤이면 '와 내일 토요일이네' 하고 기뻐한다. 백수가 되고 나니 날짜 감각, 요일 개념이 직장인일 때보다 많이 희미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주말은 무의식중에 특별한 느낌이 드나 보다. 내일도 즐겁게 하루를 보낼 예정. 아. 갑자기 연어 먹고 싶네. 저녁에 킴스클럽 들리는 걸 고려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