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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일기 D+41

김연어의하루 2018. 9. 6. 10:00

*먹은 것

아침: 바나나, 무화과 2알, 포도, 식빵(토마토잼+땅콩버터)

점심: 유부초밥, 아몬드

간식: 밀크 브라우니

저녁: 아이스아메리카노, 무화과생크림케이크

 

**간 곳

무중력지대 G밸리

바나나하루키

당인리책발전소

 

 

 

 

 

***2018년 9월 5일 수요일

 

 

1. 무중력지대 G밸리 - 조건 없이 좋은 곳

  

 컬러 인쇄가 필요해서 집 앞 킨코스를 갔더니 한 장에 980원이라는 놀라운 가격을 선고받았다. 사실 그동안 흑백 인쇄가 한 장에 100원인 것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는데(광주에서는 99% 회사 프린터기를 사용했고, 가게를 가도 한 장에 50원만 받았다) 내가 필요한 9장의 컬러 인쇄를 하려면 8,820원을 지불해야한다는 게 솔직히 너무 아깝게 느껴졌다. 1분만 생각해보겠다며 다소 찌질하게 물러나와 더 싼 곳이 없나 폭풍처럼 검색했다. 다행히 희망을 찾았다.

 

 무중력지대 G밸리는 G밸리 청년과 직장인을 위해 운영되는 서울시 일자리 카페이다. 일 뿐만 아니라 독서, 요리, 휴식 등
다양한 청년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그야말로 꿀같은 공간. 바로 옆 건물 6층에 위치한 이곳에서 왠지 프린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엔 인터넷에 검색해서 나온 설명을 읽고도 솔직히 반신반의했다. 진짜로 이런 곳이 있다고? 아무 제약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문만 열고 들어가서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면 되는? 그런데 진짜 그런 곳이 있었다. 심지어 사람도 많았다. 휴식을 취하거나 작업을 하는 등의 평화로운 분위기. 개인 테이블, 책, 커피머신, 푹신한 쿠션 등 없는 게 없고 예상대로 프린터도 이용할 수 있었다. 흑백은 한 장에 50원, 컬러는 200원인데 킨코스에 비해 월등히 저렴했다.

 

 지난 8월 여름, 영풍문고에서 피서한다고 좋아했던 기억이 스쳐지나가면서(우리집에서 G밸리보다 영풍문고가 훨씬 더 멀다) 왜 진작 이 곳을 이용하지 않았을까 뒤늦은 후회가 솟구쳤다.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다녀야겠다.

 

 

2. 취향의 가게

 

 당인리책발전소에서 하는 북토크에 당첨되었다. 좀 이른 시간에 상수역에 도착하게 되서 북토크 전 시간을 보낼 곳을 생각하다가 오랜만에 바나나하루키를 갔는데 정말 정말 굿 초이스였다! 리뉴얼 후 처음 갔는데 가게도 넓어지고, 내가 딱 좋아하는 네모 탁자와 자리마다 붙어 있는 콘센트까지. 흠 잡을 데가 없었다.

 

 쾌적한 공간도 물론 좋지만 무엇보다도 바나나하루키는 케이크가 맛있다. 심플하고 깨끗한 맛. 입 안에 크림이 무겁게 남지 않고 기분 좋은 여운을 남기며 사라진다. 적당히 쓴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군더더기 없는 무화과생크림케이크를 먹으면서, 근래 들어 가장 마음 편하고 기분 좋은 시간을 보냈다.

 

 세상은 넓고 카페는 많다보니 가능하면 안 가본 곳들을 새롭게 가 보고 개척하려는 무의식적인 성질이 있다. 새로운 경험, 물론 좋지만 마음이 끌리지 않으면서 억지로 새로운 것만을 추구할 필요가 있을까. 가본 곳을 또 가보면서 [내 취향], [내가 좋아하는 가게]를 굳혀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3.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북토크 후기

 

 사실 당일 오전까지도 고민했었다. 요가교실을 갈지 북토크에 갈지. 이런 강연들은 항상 뭔가 '있어보여서' 혹하는마음에 신청하지만 실제로 갔을 때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월요일에 갑작스러운 폭우로 요가 교실을 빠졌는데 오늘까지 안 가면, 일주일을 통으로 결석하게 되는 것이니 어쩐지 마음이 좋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달랐다. 안 갔으면 후회할 뻔. 과감히 요가 교실을 빠지고 북토크에 가길 잘했다. 여태껏 들은 강연, 워크숍 중에서 가장 알찬 내용이었다. 물론 절반 정도는 작가님이 이미 책에 쓴 내용이었지만, 돈내고 듣는 워크숍에서도 '내가 몰랐던 단 하나만 새롭게 알게 된다면 그걸로 된 거다'라고 생각하는지라 이번 북토크에서는 하나 이상으로 얻은 게 많아 만족스러웠다. 

 

 민들레씨를 불어라. 바람을 타고 흩어지는 민들레씨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꽃을 피운다. 어떤 일이든 민들레씨를 불듯 가볍게 시도해보면 생각지 못한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ㅡ라는 작가님의 말. 예전에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이미 알고 있던 말이지만 활자로 다시 읽으니 한 층 더 와닿는다. 나의 민들레씨들은 어디쯤 날아갔을지 궁금하다. 더 많은 꽃을 피우기 위해 앞으로도 더 많은 홀씨를 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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