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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쓰고봅니다/백수일기

백수일기 D+50

김연어의하루 2018. 9. 16. 11:07

*먹은 것

아침: 필라델피아 치즈케익 1조각, 우유

점심: 새우버거

저녁: 새우버거

 

**간 곳

무중력지대 G밸리

운동

 

 

 

 

 

***2018년 9월 14일 금요일

 

 

1. 백수일기 연재 종료 예고

 

 어쩌다보니 면접에 합격했다.

세상에. 전혀 기대도 안한 곳에서 덜컥 붙어버리다니. 기쁜 마음 반 얼떨떨한 마음 반. 얼떨떨한 마음 쪽에는 충분히 못 놀고 다시 일을 구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갑작스럽게 다시 직장인이 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섞여 있다. 분명 내가 먼저 서류를 제출하고, 면접을 보고, 모든 게 내 선택과 결정으로 진행된 일인데 이상하게 작은 미련들이 자꾸 따라온다.

 

 이번 직장은 스케줄 근무로 돌아가다보니 공휴일에도 쉴 수 없다. 다음 달 예정이었던 엄마와 할머니와 이모들과의 베트남 여행도 취소했고 나혼자 생각 중이던 11월의 캐나다 여행도 생각으로만 끝났다. 엄마랑 12월에 디즈니랜드도 다녀오려 했는데. 당장 다음 주인 추석 때도 집에 갈 수 있을지 어쩔지 모르겠다.

 

 요컨대 지금 나는 상상 속의 여행 계획들이 모두 무너지면서 마음이 조금 안 좋은 것 같다. 진짜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또 '일'이라는 당장의 생계 수단에 급급해서 뛰어든 게 아닌지. 6개월은 놀겠다고 여기저기 호언장담했으면서 결국 불안해서 이력서를 만들고 직장을 구한 게 겁쟁이처럼 보이기도 하고. 아, 나 붙어놓고도 말이 너무 많다.

 

 그런데 사실 원래 회사를 계속 다녔으면 베트남 여행은 물론이고 다른 여행들도 실현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200%였을 것이다. 애시당초 서울에 올라올 때 '일을 쉰다'라는 플랜은 없었다. 각종 여행 계획들은 갑작스럽게 생긴 플랜B였고, 지금 나는 플랜A로 되돌아온 것 뿐이다(물론 근무환경이 바뀌긴 했지만). 그러니 심하게 아쉬워하거나 미련을 둘 것도 없이 원래 계획대로 차근차근 해 나가면 된다.

 

 아무튼 나는 50일 만에 다시 직장인으로 돌아왔고, 최소 6개월은 연재할 예정이었던 백수일기에도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그러나 백수일기가 끝나도 내 생활은 끝나지 않기 때문에 일상 기록은 멈추지 않으려 한다. 남산타워가 오롯이 보이는 새로운 세상에서 겪게 될 또다른 일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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