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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일기 D+28

김연어의하루 2018. 8. 24. 08:22

*먹은 것

아침: 청사과 1알, 무화과 2개

점심: 짜파게티

간식: G7커피, 버터브레첼, 팥깜빠뉴 2조각, 앙버터 1조각

저녁: 두부부침 10조각

 

**간 곳

브레드덕

렁트멍

 

 

 

 

  

***2018년 8월 23일 목요일

 

 

1. 서울, 태풍의 경과

 

 언제 올지 모르는 태풍에 조마조마해하며 오늘내일은 집에만 있기로 다짐했다. 근데 그새를 못 참고 장승배기역 빵집을 다녀왔다. 하루종일 집에 있으려면 입이 심심할 수 있으니 빵을 사러 나갔다 온다는 건 어쩐지 앞뒤가 맞지 않지만 그래도 이미 사와버린 빵들, 오늘내일 맛있게 먹기로 한다. 오후 한두 시 경 나갔는데 서울은 약간 흐릴 뿐 별다른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 아, 장승배기역 1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비가 살짝 내리긴 했다. 

 

 

2. 장승배기역

 

 항상 지하철 안에서 음성으로만 듣고 지나쳤던 곳, 장승배기역에서 처음으로 내렸다. 역 안이 꽤 넓고 길었다. 지상으로 올라오니 카페와 빵집 등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장승배기역은 일명 빵세권이라 해서 유명한 빵집이 몇 곳 몰려있다. 나도 한군데만 들리기는 아쉬워서 미리 두 곳에 빵 예약 전화를 넣어둔 터였다.

 

 첫 번째 빵집에서 기분 좋게 빵을 받아들고 다음 장소로 이동. 걸어서 가도 되지만 환승 시간 범위 안에 있으니 버스를 탔다. 버스를 기다리다 문득 옆을 봤는데 내가 좋아하는 복잡한 골목길 풍경이 펼쳐져서 깜짝 놀랐다. 조금만 더 날이 풀리면 카메라와 함께 다시 상도동을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낯선 동네에 숨겨진 보석같은 풍경들을 모두 찾고 싶다.

 

 친절했던 두 번째 빵집도 무사히 들린 후 다시 집으로.

 

 

3. 라라랜드ㅡ꿈의 나라, 비현실적인 세계.

 

 나의 경우 '뭔가 영화를 보고 싶어!' 라는 생각이 솟구쳤을 때 무슨 영화를 볼지 바로 정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보통 한 시간 정도는 뭘 볼지 고민하고 인터넷을 뒤진다. 시간이 갈수록 초조해지고, 더 좋은 영화를 찾아야겠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다.

 

 오늘도 절반 정도는 위의 수순을 따라가는 중이었는데, 이러다가 아무 것도 못 보겠다는 생각에 어제 Y언니와 이야기하다 나온 <라라랜드>가 생각나서 이 영화로 정했다. 사실 <라라랜드>는 집에 있을 때 TV에서 방영해준 걸 살짝 본 적이 있어 돈 주고 결제하는 게 좀 아깝게 느껴졌다. 그래도 선택장애에게는 이 순간 최선의 선택이었다.

 

 Y언니한테 <라라랜드>를 본다고 말했더니 불을 끄고 초를 켜는 등 분위기를 조성하고 보면 더 빠져든다는 조언을 해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집엔 양초가 없다. 아까 사온 빵과 얼음 몇 개 띄운 커피를 늘어놓고, 아이패드를 세워놓고 TV드라마 보듯 편한 자세로 반쯤 누워있는 게 현실이었다. 환경 조성이 부족했던 탓에 두 시간동안 완벽한 집중은 불가능했다. 중간에 살짝 졸기도 하고 딴짓하느라 일시정지했다가 10초 되감기해서 보는 등 아주 자유롭게 영화를 감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영화를 끝까지 보고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샤워를 하고 나올 때까지 이 영화 생각이 났다. 아주 길게 연속적으로 영화의 여운이 남은 건 아니고 그냥 어떤 행동을 할 때마다 문득 영화 대사나 장면이 떠올랐다. 우리 과 후배인 A가 늘 인생 영화로 꼽던 영화였다. 그 후배 생각이 나면서 왜 인생 영화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사랑에 대해, 꿈과 현실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갖게 해준 영화. 사랑을 해보고 싶은 사람과 이 영화를 본다면 어떨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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