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백수일기 D+30 본문
*먹은 것
아침: 청사과 1알, 무화과 2개
점심: 신라면, 라면 국물에 누룽지 말아먹기
간식: 아이스 아메리카노
저녁: 밥, 돈까스, 오이장아찌, 두부부침
**간 곳
헤어스토리
킴스클럽
카페 그레코
***2018년 8월 25일 토요일
1. 비행기 단상
우리 동네는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사이에 있어 매일같이 비행기를 볼 수 있다. 비행기는들은 어디 항공사의 비행기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을 정도로 낮게 날아간다. 올해 초 회사에 다닐 때 비행기가 보이면 그 자리에서 멈춰서서 비행기가 사라질 때까지 계속 바라보곤 했었다. 상반기엔 개인적인 일이 너무 많이 생겨서 연차는 이미 마이너스인 상태였고 회사 눈치를 생각하면 올해는 멀리 나가기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 막연히 하늘을 가로질러가는 비행기를 쳐다보는 것 이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런데 백수가 되고, 최소 두 번 이상의 해외여행 예정이 생겼다. 인생이란 참 신기하다. 여행 가고 싶은데 시간이 없다고 징징댔더니 시간 많은 백수가 되었으니. 돈 없다고 징징대면 돈 많은 백수(?)가 되려나. 아무튼 남은 한 해 동안 시간과 돈이 허락하는 내에서 최대한 많이 돌아다녀보고 싶다. 폭염도 뒷걸음치면서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느껴지고, 여행 가기에 딱 좋은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2. 내가 사랑하는 미용실
드디어 단골 미용실이 다시 문을 열었고, 여행 전에 미용실에 다녀와야 직성이 풀리는 병에 걸린 나는 당일예약 후 전체염색을 하고 왔다. 파마가 정말정말 하고 싶은데 사장님이 말렸다. 머리숱이 많아 관리하기도 힘들고 원하는 느낌이 안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여행 전 괜히 신경 쓸 일만 늘리게 될까봐 사장님 말대로 파마는 생략했다. 미용실의 부활이 너무 행복했다. 친절한 우리 사장님 채고야.
3. 최근 좋아하는 것 기록
요즘 아이스크림에 꽂혔다. 콘아이스크림을 두 어개씩 사다놓고 입이 궁금할 때 하나씩 까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샴푸가 떨어져서 잠시 마트에 들렸는데 집 밑 편의점에서 하나에 1500원인 월드콘이 여기서는 5개에 4500원이다. 아, 엊그제 편의점에서 두 개 사왔었는데.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5개를 담아 사들고 왔다. 냉동실에 넣어두니 든든하다.
4. 끝맺음
저녁 내 불어온 시원한 바람이 반가웠다. 어디든 가고 싶었지만 멀리 가지는 못 하고 집 밑 커피숍에 가서 커피 한 잔과 책 한 권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소박하지만 토요일 끝 무렵에 어울리는 잔잔한 시간이었다. 그러고보니 백수인생 벌써 30일차. 자각하지 못 한 사이 한 달이 채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