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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일기 D+26

김연어의하루 2018. 8. 22. 10:21

*먹은 것

아침: 블루베리주스, 마늘바게트

점심: 떡볶이 뷔페, 초코쉐이크

간식: 망고스틴

저녁: 연어회

 

**간 곳

떡볶이뷔페 두끼

롯데리아

노브랜드 이마트

킴스클럽

운동

 

 

 

 

  

***2018년 8월 21일 화요일

 

 

1. 와장창 사태의 전말

 

 자려고 누웠는데 보일러실에서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계속 났다. 곧 태풍이 온다는 보도가 계속되었기에 그 전초전이라 생각하고 보일러실 문을 열어 확인하는데 바람 소리가 심상치 않다. 갤러리를 닫고 창문으로 바깥을 살펴보니 바람 소리만 심할 뿐 비가 내리는 등의 육안으로 확인되는 자연의 변화는 없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별 생각없이 내일 날씨 맑았으면 좋겠다-라며 웹툰 몇개를 더 보고 잠들 참이었다.

 

 그러다가 바람 소리가 점점 회오리 몰아치듯 들리고, 문득 복도 베란다 유리문이 생각났다. 가끔 열려 있는 그곳 문으로 센 바람이 잘 들어온다. 유리문이 잘 닫혀있는지 보려고 우리집 현관쪽으로 다가간 순간 '와장창!' 하는 엄청 큰 파열음이 문 바깥에서 울려퍼졌다. 느낌상 유리문이 깨진 것 같았다.

 

 그 엄청난 굉음 후 가로막힌 것 없는 우리 층 복도로 불어닥치는 바람 소리까지 들렸다. 너무 무서웠다. 누군가 미처 찾아가지 못하고 복도에 둔 택배 상자나 내일 버리려고 내놓은 쓰레기 등이 바람에 휘몰아치는 광경이 상상되었다. 고층의 무서움을 처음 깨달았다. 비행기는 늘 목숨걸고 타는 거라고 인지하면서 고층살이에 대해서는 너무 안이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게 태풍인 줄 알았다. 뉴스에서 이번 태풍이 강력하다 했는데 직격탄을 맞는건지 두려웠다. 자다가 죽을까봐 무서워서 잠도 못자고 새벽 두 세시 사이에 주변 사람들한테 문자를 보냈다. 바람때문에 오피스텔 유리문이 깨졌는데 우리집 유리창도 깨질까봐 무섭다, 바람 소리가 장난 아니다 등등. 그래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질 거라 믿으며 귀를 기울이는데 강풍 소리는 가실 줄을 몰랐다. 금방이라도 내 머리 위 내 방 창문이 박살 날 것 같았다. 정말 아침 여섯 시까지 그랬다.

 

 태풍경로랑 서울날씨, 서울바람 등을 검색하며 밤을 꼬박 샜는데 우리집만 이렇게 난리였나보다. 보도기관은 다들 평온했고 심지어 태풍이 내일 모레부터나 수도권을 관통한다고 한다. 그럼 대체 새벽녘의 강풍은 어디서 왔던 걸까. 작은 경험이지만 자연재해 앞에서 무력해지는 인간의 심정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2. 와장창 사태 그 후

 

 하루종일 강풍과 깨진 유리문이 무색할 정도의 예쁜 하늘이 이어졌다. 무서워 죽겠다고 호들갑떨며 보낸 새벽의 문자들을 모두 지우고 싶을 정도로. 역시 밤에 쓰는 글은 위험해. 그나저나 태풍 안 왔으면 좋겠다. 이렇게 평화롭고 파란 하늘인데.

 

 

3. 장보기는 소박하지만 확실한 행복

 

 언제나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장을 보자고 다짐하지만, 늘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장을 보고 양손 주렁주렁 무겁게 돌아와버린다. 오늘도 정말 무거웠다. 망고스틴과 청사과를 충동구매했다. 둘다 오랜만에 먹는 과일인데 망고스틴의 뽀얀 마늘같은 속살은 언제봐도 참 열대과일스러워서 좋다. 청사과는 여름이 가기 전에 먹고 싶어서 조금 무리해서 들고 왔다. 원래 쇼핑리스트에 있었던 올해 첫 무화과는 냉장고 첫번째 칸에 올려두었다. 갑자기 냉장고에 맛있는 게 많아져서 행복하다.

 

 

4. 스쳐지나간 생각들 붙잡기

 

 캐나다에서 공부 중인 사촌동생과 이야기하다가 캐나다에 가고 싶어졌다. 간다면 11월에 1주일 쯤으로. 아무런 계획없이 우선 날짜부터 머릿속에 욱여넣었다. 일본은 아마 백수생활동안 최소 3번은 다녀오지 않을까 싶다. 여행 일정이 풍부한 앞으로의 백수 라이프가 더욱 기대된다.

 

 관심가는 회사에 이력서를 넣으려고 한다. 밤에만 취업 욕구에 불타오르지 말고 낮에도 그 열정을 발산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 하고 싶은 게 많고 이것저것 생각이 많은 나지만 한번 하기로 한 건 죽이되든 밥이되든 완수하는 걸로, 다짐 또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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