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백수일기 D+24 본문
*먹은 것
아침: 오미자주스, 밤호박팥빵
점심: 모닝죽 단팥죽
간식: 아이스 아메리카노, 궁극의 말차생크림 단팥빵
저녁: 팔도비빔면
**간 곳
제로스페이스
BELOW
수바코
어글리베이커리
***2018년 8월 19일 일요일
1. 이 동네, 망원동
망원동을 너무 자주 온다. 며칠 전에도 돈까스 사러 들리고 며칠의 며칠 전에도 돈까스 사러 들렸다가 허탕치고 아무튼 서울에 살기 전부터 망원동은 방문 빈도가 높은 동네였는데 서울에 사는 지금은 세 개의 지하철 호선을 거쳐야 올 수 있는 동네임에도 그 어느 동네보다 자주 들리는 것 같다.
그런데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뭔가 필요한 물건이 생기거나 땡기는 물건(?)이 생기면 관련 가게들이 대체로 망원동에 포진해 있다. 오늘같은 경우에도 몇 달 전부터 마음에 품어둔 서울 시티맵을 사려고 시티맵을 처음 발견했던 가게(홍대 쪽에 있다)에 가려 했는데 하필 일요일이 휴무랜다. 여러 번 검색 끝에 시티맵을 만든 브랜드가 따로 쇼룸을 운영하고 있고, 그 쇼룸이 망원동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어쩔 수 없이(?) 망원동을 가게 된다.
말은 이렇게 해도 사실 망원동은 방문 횟수에 비례해서 좋아하는 동네이다. 여기저기 골목과 좋아하는 가게들, 망원시장, 조금만 걸어가면 나오는 한강공원. 덧붙여 누군가와 이 동네를 들렸을 때 항상 즐거웠던 기억만 있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2.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원래 오늘 계획은 G님 블로그 정주행하는 거였는데 갑작스럽게 U님 블로그 정주행이 되어 버렸다. G와 U님은 나와 다른 부분이 많은 사람들이다. 집합체를 만든다고 하면 G님과 U님은 비슷한 점이 많아 같은 집합에 묶이고 나는 이 두 분과 정 반대의 집합에 들어갈 확률이 높다.
우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소비생활 태도'가 아닐까 싶다. 나는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고, 경제 사정이 넉넉치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통제된 소비생활을 하고 있다. 사고 싶은 게 생겨도 두 번 세 번 고민하는 유예 과정이 반드시 동반되고 웬만하면 사지 않는다. 예를 들어 나는 빵을 참 좋아해서 빵과 관련된 굿즈(스티커, 마스킹 테이프, 메모지 등등)를 보면 눈이 돌아가는데, 실제로 그런 걸 산 경우는 드물다. 비싸고, 금방 질릴 수 있고, 사실 그렇게 필요한 물건도 아니고 등의 사유를 대며 구입을 차단한다.
그런데 G님과 U님은 그렇지 않다. 귀여워서 사고, 필요없는 걸 알면서도 산다. 본인의 취향에 충실한 소비를 즐긴다. 삶의 지향점과 가치관이 다르니 백 퍼센트 똑같이 살아갈 순 없지만 자기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확실히 알고 소비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은 배우고 싶은 점이다. 항상 긍정적인 모습까지 닮은 두 분이 오늘 내게 큰 자극이 되었다.
3. 소소한 좋았던 것 모음
(1)여러 번의 환승과 오르락내리락하는 계단을 거치면서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은 날씨에 감동받았다.
(2)단골 미용실이 다시 영업을 시작한다는 문자 메세지를 받았다. 안도를 느끼며 다음 주에 한번 들려야겠다고 생각했다.
(3)하루 일과를 밤 9시쯤 마무리하고, 이불 옆에 책을 몇 권 쌓아두고 조금씩 돌려가며 읽었다.
(4)맥북 데리고 성공적인 첫 외출을 마쳤다. 저번에 집에서 가져온 노트북 가방이 마음에 쏙 든다. 들고다닐 맛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