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나는 어딘가를 갈 때 그 '어딘가'만 가는 법이 없다. 목적지가 생기면 반드시 근처에 갈 만한 곳이 있는지 미리 찾아보는데 주로 빵집이나 맛집을 알아두는 편이다. A에 간 김에 근처 B도 가고, B 근처의 C도 가보고.. 이런 식으로 여정을 늘려 단순히 볼일보러 가는 길을 짧은 여행으로 승화하는 걸 좋아한다. 저번 주말에는 서울 동쪽 끝을 다녀왔다. 집과 정반대 방향이라 평소 쉽게 가기 어려운 곳인만큼 가는 길에 가볼 만한 맛집이나 빵집이 있는지 열심히 찾아봤다. 아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몇 개나 북마크해놓은 맛집이 떠올랐다. 5호선 아차산역에서 가까운 신토불이 떡볶이. 사진 속 진득해보이는 떡볶이 소스에 숭숭 썰은 핫도그는, 이미 아는 맛일테지만 그러니 더욱 먹고 싶어지는 매력을 발산했다. 사실 떡..
카페 오픈 시간에 맞춰 가고 싶었는데 조금 늦잠을 자버리는 바람에 15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좋아하는 구석자리는 이미 다른 사람이 앉아 있었고 나는 별 수 없이 그 옆의 옆자리에 앉았다. 15분 차이로 놓친 자리의 아쉬움이 컸지만 할 일들을 풀어놓고 노트북 세팅을 마쳤더니 또 금세 새로운 자리에 적응했다. 내가 앉은, 벽에 일렬로 붙은 자리 말고도 여기저기 테이블과 의자가 많은 카페였다. 그런데 내 뒤로 따라 들어온 한 중년 여성이 내 바로 옆자리에 가방을 내려두는 걸 보고 조금 놀랐다. 아침 시간이라 사람도 없고 보통 이 정도로 자리 선택권의 폭이 넓은 상황이면 타인과 거리를 둔 자리를 고를 텐데 굳이 바로 옆을. 벽에 붙은 자리는 테이블도 다닥다닥 붙어 있어 양옆으로 왔다갔다하는 것도 불편한데 ..
1. 비가 아주아주 많이 내리는데 친구가 노트북을 들고 커피숍에 간다고 한다. 머릿속으로 내가 좋아하는 그림이 그려지면서 친구가 몹시 부러워졌다. 어둑어둑하고 비내리는 바깥 경치를 보면서 노트북하는 거 정말 행복한데! 나도 따라하고 싶지만 오늘은 그럴 만한 여력이 없어 다른 방법의 행복을 찾으려고 한다. 퇴근하자마자 집에 가서 창문 블라인드를 쭉 올려놓고 엊그제 먹다 남은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주구장창 애니메이션을 볼 테다. 2. 대놓고 누군가에게 공격을 받은 것도 아닌데 고래등 싸움에 낀 새우의 심정으로 여덟 시간을 견딘 하루였다.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말고 내 자신의 생각과 선택에 집중하자고 자기최면을 걸어봐도 끝까지 안 먹힐 때가 있는데 오늘이 그런 날이었던 것 같다. 주변 눈치를 살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