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백수일기 D+4 본문

일단쓰고봅니다/백수일기

백수일기 D+4

김연어의하루 2018. 7. 31. 11:04

*먹은 것

아침: 블루베리 주스, 코스트코 초코머핀

점심: 육개장 컵라면, 참치마요 삼각김밥

저녁: 밥, 광천김, 깻잎, 오이장아찌

 

**간 곳

남자친구 집
동전세탁소
편의점
카페 이디야

 

 

 

 

 

***2018년 7월 30일 월요일

 

 

1. 서울 가는 길

 

 새벽 여섯 시에 일어나서 엄마가 어젯밤 미리 꺼내둔 코스트코 초코 머핀을 먹었다. 평소 훈련한 덕분인지 아니면 서울 올라가기 전 남자친구를 보고 가야겠다는 사랑의 힘(?) 덕분인지 잘 일어났다.

익숙한 버스를 타고 남자친구 집으로 갔다. 옆에서 계속 말을 걸어봐도 좀처럼 일어날 기미가 안 보여서, 나도 혼자 놀다가 어느 순간 깜빡 잠이 들었다. 출근 준비하는 오빠가 나를 깨웠다. 아홉 시 이십 분에 같이 집을 나섰고 마지막 인사를 하고, 난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터미널까지 네 정거장 거리임에도 생각보다 버스가 안 와서 엄청 초조했는데 다행히 늦진 않았다.

 

 창 밖 풍경이 보고 싶었고, 버스만큼은 햇빛 테러 당하지 않는 법을 터득해서 여러 심사숙고 끝에 예약한 자리인데 뒷사람이 블라인드를 확 내려서 좀 울컥했다. (커튼 형식이 아닌 가로형 블라인드였다) 그렇지만 내가 블라인드를 올리려고 낑낑대자 선뜻 원래보다 더 높게 올려줘서 고마웠다. 덕분에 산과 구름과 빌딩을 원없이 볼 수 있었다.

 

 

2. 일상에서 발견한 작은 진리들

 

 이불빨래하고 좋아하는 카페 가기. 오늘의 일정이었는데 집안 청소하고 계획에 없던 전기장판 정리를 다시 시도함으로써 시간이 많이 지체되서 카페는 생략했다. 전기장판을 보일러실로 밀어넣고(여태껏 매트리스처럼 깔고 잤음) 작은 방을 열심히 걸레질하고, 빨래거리를 챙겼다. 미친듯이 땀이 쏟아졌다. 그래도 청소라는 행위는 미워할 수 없다. 깨끗해진 방을 둘러보면 이렇게나 마음이 뿌듯해지는 걸.

 

 집 근처에 동전세탁소가 없어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빨래감이 가득 담긴 플라스틱 바구니를 들고 교통카드를 찍고 버스를 탔다. 두 정거장 거리다. 평소 가던 동전세탁소 말고 새로운 곳으로 와 봤는데 여기가 더 좋은 것 같다.

빨래를 돌려두고 잠시 편의점에 가서 늦은 점심을 챙겼다. 컵라면과 삼각김밥은 언제 먹어도 참 조화롭다. 사실 난 참치마요를 전혀 먹지 않았는데, 언제부터인가 컵라면에 삼각김밥을 곁들여 먹을 때면 꼭 참치마요를 고르는 취향으로 바뀌었다. 영원히 전주비빔만 찾을 것 같던 내 입맛도 시간에 따라 변하는구나. 정말 영원한 건 절대 없다.

 

 

3.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

 

 나중에 알았지만 세탁물을 하나 잃어버렸다. 몸 전체를 닦을 수 있는 큰 수건인데 어느 통에 잃어버린 건지 감이 안 잡힌다. 세탁소에 전화해서 물어봤지만 분실물은 없다 했고 버스 정류장이나 버스에서도 내내 놓고 가는 게 없나 확인했기 때문에 더욱더 오리무중이다. 나는 그냥 그 수건이 가고 싶은 곳 갔다고 생각하며, 다른 뽀송하게 마른 수건들을 보며 웃어 넘기기로 했다.

 

 밀린 글쓰기를 위해 들린 집 앞 이디야에서는 또 내 넷북 인터넷만 연결이 안 됐다. 같은 장소임에도 핸드폰 와이파이는 잡히고 다른 사람들은 평이하게 노트북을 사용하는데 말이다. 그래서 난 인터넷에 바로 글을 쓰는 대신 워드에 썼고, 덕분에 집에 와서 한번 더 읽고 다듬어서 올릴 수 있었다.  

 

 그나저나 벌써 요일에 대한 감각이 무뎌진 것 같다. 다가오는 주말을 심하게 기뻐하거나, 새롭게 시작되는 한주의 첫째날을 심하게 두려워 한 게 까마득한 옛날처럼 느껴진다.

'일단쓰고봅니다 > 백수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수일기 D+6  (0) 2018.08.02
백수일기 D+5  (0) 2018.08.01
백수일기 D+3  (0) 2018.07.30
백수일기 D+2  (0) 2018.07.29
백수일기 D+1  (0) 2018.07.28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