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백수일기 D+2 본문

일단쓰고봅니다/백수일기

백수일기 D+2

김연어의하루 2018. 7. 29. 09:24

*먹은 것

아침: 사과+케일 주스, 모닝롤 2개(땅콩버터랑 딸기잼 듬뿍 발라서)

점심: 간식으로 체리, 팔도비빔면, 살구무스케이크

저녁: 밥, 계란후라이, 깻잎무침, 오이장아찌

 

**간 곳

교보문고

카페 리아의오븐

별책부록 워크숍

 

 

 

 

 

***2018년 7월 28일 토요일

 

 

1. 새벽과 아침, 오전의 경계

 

 장소의 이동은 별로 없었지만 새벽 6시에 일어나서 꽤 바쁜 아침을 보냈다. 토요일 아침에 빨래하는 습관이 굳어 먼저 빨래부터 돌리고, 오랜만에 화장실 청소를 했다. 회사에서 쓰던 뻣뻣한 칫솔에 안 쓰는 치약을 묻혀 타일부터 박박 닦았다. 선반 쪽 먼지도 싹 닦아내고 하수구 머리카락도 (비닐장갑 끼고) 야무지게 모아 버렸다. 한참 땀을 뺀 후 가볍게 샤워하고 쐬는 에어컨은 천국의 바람이다. 그 상태로 11시까지 글을 썼다. 매일 일정 시간, 일정 분량의 글을 쓰는 습관을 들여보려 한다. 블루투스 스피커로 나오는 어쿠스틱 팝송을 들으며 등단한 작가의 마음으로 글을 썼다.

 

 아침을 일찍 먹으니 점심도 제시간에 찾게 된다. 짜파게티랑 비빔면 중 한참을 고민하다가 첫 선택이었던 비빔면으로 마음을 굳혔다. 먹기 전 어제 씻어둔 체리를 가볍게 간식으로 먹으며 <피너츠>를 읽었다. 사소하지만 엄청난 행복이다. 시원한 공기, 아끼는 책 한 권, 달콤한 과일 조금. 황송할 정도의 신선놀음을 즐기고 점심을 챙겨 먹었다.

 한 시 무렵부터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창가에 앉아 비 구경이 하고 싶어졌다. 사실 집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집에는 디저트도 없고 분위기도 없다. 그러니 카페를 간다. 저녁에 글쓰기 수업이 있으니 멀리는 못 가고, 평소 마음에 담고 있던 적당한 카페를 생각해냈다.

 

 

2. 합정역

 

 지하철 타고 갈 때까지는 분명 개인 하늘이 보였는데 합정역에서 내리니 폭우가 쏟아졌다. 출퇴근길을 제외하고 서울 와서 가장 많이 오르내린 역을 꼽으라면 아마도 합정역이 아닐까 싶다. 내게 좋은 것이 올망졸망 모여 있는 좋은 곳이다. 서점도 두 개나 있고(끼워넣자면 당인리책발전소까지 포함해서 3개), 좋아하는 빵집도 군데군데 보이고, 합정역만큼이나 자주 들린 망원과도 가깝다. 잠깐 교보문고에 들려 책 몇 권을 둘러보고 카페로 갔다.

 

 

3. 리아의오븐

 

 리아의오븐은 곳곳에서 정겨운 느낌이 묻어난다. 예약해뒀던 살구무스 케이크는 자리를 두번 정도 옮겨 비 내리는 풍경이 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고서야 먹기 시작했다. 탱글한 윤기가 흐르는 케이크라 눈으로도 즐거웠다. 사실 무스 종류 케이크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리아의오븐 무스 케이크는 한번 꼭 먹어줘야 할 것 같았다.

 

 

4. 용산에서의 시간

 

  별책부록 워크숍 들으러 용산으로 이동했다. 이곳 수업을 듣고 나면 마음 한켠이 잔잔해지고 조금 기뻐진다. '글'이라는 걸 의식하며 '글'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다. 내 여건과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선에서 이런 수업이나 모임은 더 참여해보려 한다. 

 이번 주는 '편지', 서간문에 대한 수업이었다. 저번 달 하늘나라로 보낸 가족들 이야기를 꺼내면서 혼자 눈물을 흘렸는데 생각보다 기분이 개운했다. 다음 주는 편지를 쓰고 싶은 대상을 떠올리며 직접 편지를 쓴다고 한다. 무의식중에 아빠한테 쓰려다가 그냥 J에게 쓰는 걸로 생각을 바꿨다. 아마 엄청나게 진심을 담은 편지가 될 것 같다.

 

 수업이 끝나고 집 가는 길, 크리스피크림에서 설문 참여하면 주는 공짜 도넛을 받았다. 후덥지근함, 끈적함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였는데 도넛이 생겨 기분이 좋아졌다.

'일단쓰고봅니다 > 백수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수일기 D+6  (0) 2018.08.02
백수일기 D+5  (0) 2018.08.01
백수일기 D+4  (0) 2018.07.31
백수일기 D+3  (0) 2018.07.30
백수일기 D+1  (0) 2018.07.28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