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휴직일기 #7 본문
작년에는 딱 1년 전인 오늘 벚꽃이 만개했었다. 사람이 없을 때 여유있게 벚꽃 구경을 하고 싶어 아침 일찍 나왔고, 1시간 정도 걸어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그러고도 모자라서 오후에 또 나와서 한참을 찍었다. 그렇게 열심히 벚꽃을 찍었는데 인터넷에 올리거나 보정 작업을 거친 사진은 한 손으로 꼽아도 될 만큼 매우 적었다. 왜 그랬지. 사진을 선보이는 것에 대한 귀찮음? 부끄러움? 완벽해야한다는 강박관념? 이유가 무엇이든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는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잔잔히 이어지고 있다.
비 소식이 예보된 날이고 특별히 바깥 볼일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하루종일 집에 있었다. 방에 앉아 시원하게 쏟아지는 비 구경이 하고 싶었다. 그러나 날씨는 그저 흐릴 뿐이었고 오후에 찔끔 내린 비는 창문에 빗방울조차 남기지 않았다. 집에서 영화를 보다가 이따금 고개를 돌려 창문 밖을 보면 흐린 날씨에도 부지런히 왔다갔다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꽃구경 나온 가족들, 친구들, 어르신들, 벚꽃길 입구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야쿠르트 이모님까지. 하늘이 회색빛이어도 봄날은 봄날이구나 싶었다.
영화를 보기 전, 문득 얼마 전 친구가 보내준 배스킨라빈스 기프티콘이 생각났다. 영화 보면서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먹는 소소한 행복을 실현하기 위해 당장 양말을 신고 겉옷을 꺼내다가 기프티콘이 잘 있나 보려고 선물함에 들어갔는데, 어라? 기프티콘이 없다. 오류인줄 알고 놀라 친구와의 대화방에 들어가서 선물받은 기프티콘 이미지를 눌렀는데 아뿔싸. 만우절 장난이었다. '속았지?' 라는 메세지에 바로 좀 전까지 소소한 행복을 꿈꾸던 내 자신이 겹쳐져 크게 웃어버렸다. 다시 한번 누르니 '또 너냐?'라는 문구로 바뀌어 더 웃었다. 친구의 만우절 장난을 1주일이 지나서야 알아차렸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친구에게 너무너무 고마워하며 다음에 서울 오면 같이 먹자는 말까지 했는데.
올해 4월 1일은 병원을 오가느라 정신이 없었고 누군가의 만우절 장난을 받는다는 생각조차 못했었다. 스스로도 장난칠 여력이 남아있지 않았던 날. 그래서 뒤늦게 알아차린 친구의 장난이 이상하게도 무척 고마웠다. 심지어 기프티콘이 장난이었다는 걸 알았음에도 아이스크림이 더 먹고 싶어져서 배스킨라빈스도 다녀왔다. 친구한테 말했더니 만우절 장난을 이제 알았냐며 타박했고, 그 장난 받고 화도 안내고 진짜 아이스크림 사먹은 애는 니가 처음이라며 막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