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휴직일기 #6 본문
전부터 궁금했던 옷 피팅 한번 해보겠다고 왕복 2시간 20분 거리를 다녀오는 게 옳은 생각일까-라는 고민에 빠져 30분을 우왕좌왕했다. 그러다가 '망설일 시간에 일단 행동하는 게 낫다'는 나만의 명언(?)을 떠올리고 바로 외출 준비에 착수했다. 혹시 몰라서 카메라도 챙겼다. 바깥은 바람이 아주아주 많이 부는데 미세먼지도 매우나쁨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지난 애매한 오후에 지하철을 탔는데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이 시간쯤 되면 사람이 좀 적어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혼자만의 희망사항을 머릿속으로 굴리다가 자리가 나서 얼른 앉았다. 맞은편을 보니 할머니, 할아버지가 나란히 앉아 손을 꼭 잡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반사적으로 마음이 찡해졌다. 괜히 감수성 폭발할까봐 고개를 돌렸는데 이번에는 유모차를 앞뒤로 살살 밀며 아기를 달래는 엄마가 눈에 들어왔다. 유모차 밑공간에는 무거워보이는 가방이 실려 있었다. 저 큰 유모차와 짐을 가지고 복잡한 지하철을 타려면 얼마나 힘들까. 서 있는 엄마 옆으로 나란히 앉은 할머니 세 분이 아기를 보고 무척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아기가 너무 귀엽다, 몇 개월이에요, 애기엄마가 고생이 많겠어 등등- 나는 또 마음이 찡해졌다.
옷가게에 도착했을 때 본래 목적이었던 옷 피팅은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생각보다 어울리지 않아 아쉬운 마음에 다른 옷들을 뒤적이느라 몇 분 더 소요된 것 같다. 언덕배기 위에 있는 옷가게까지 올라왔으니 주변을 좀 더 걷다가 돌아가는 걸로 결정했다. 사실 옷가게 근처에는 예전에 다니던 회사가 있었고, 그 시절 복잡한 심경으로 걷던 출퇴근길이 생각난 것이 더 큰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