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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쓰고봅니다/직장인일기

케이크 집에서

김연어의하루 2019. 2. 27. 14:55

 

 학원 수업 1시간 전 근처 케이크 가게에 들렀다. 생일날의 절반을 고속도로에서 보냈고 나머지 절반은 학원에서 보내게 되었으니 그 전에 소소한 자축을 해두고 싶었다. 가벼운 주머니 사정을 제쳐두고 죄책감 없이 케이크를 먹을 수 있는 생일이 나는 좋다.

 케이크 가게는 계단이 무척 좁았다. 2층으로 올라가니 바로 눈 앞에 케이크 진열대가 펼쳐져 있어 눈이 휘둥그렇게 되었다. 분명 미리 점 찍어둔 케이크가 있음에도 자꾸 다른 케이크로 눈이 간다. 세상에는 예쁘고 맛있는 게 너무 많다. 욕심을 부려 2조각을 고를까 하다가 참았다. 원래부터 묵직하고 큰 사이즈라 2조각을 먹다가는 학원에 지각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점원이 바로 케이크를 꺼내줬고, 2층에서 먹기에는 진열대가 너무 코앞이라 한 층 더 올라갔다. 사람이 몇 없는 공간을 둘러보다가 자리를 잡았는데 대리석 테이블과 유리 의자가 너무 세련된 느낌이라 조금 어색했다.

 작년에도 똑같은 브랜드에서 케이크를 샀었다. 서울에 온지 얼마 안 돼서 맞은 생일이라 특별함이 남달랐다. 따릉이를 타고 20분 넘게 달려 케이크를 사러 갔던 길, 포크는 하나만 넣어달라 했는데 집에 와서 보니 2개를 넣어준 다정함에 어리둥절했던 순간 등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1년 전과 똑같은 케이크를 보며 흘러간 시간을 생각했다. 그날로부터 1년을 서울에서 살아 냈다. 슬픈 일도 많았지만 그만큼 감사한 일도 많은 나름대로 살 만한 1년이었다. 내년에도 이곳에서 생일을 보낼 수 있을까. 괜히 그런 것을 궁금해 하며 혼자 맞는 생일을 조용히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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