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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다해 대충 하는 미니멀 라이프 - 밀리카

김연어의하루 2018. 7. 23. 23:07

 

마음을 다해 대충하는 미니멀 라이프

지은이: 밀리카

 

 

"불행한 사람일수록 더 쌓아두려 한다."

 

물건을 지나치게 구매하거나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들여다보면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된 결핍이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습니다.

 

예전에 비해 내가 지닌 물건은 많이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물건에 둘러싸여 살 때보다 평안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면서

정서적 안정을 얻은 영향도 있지만

결핍을 물건으로 채우는 것이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미니멀 라이프를 통해 스스로 느낀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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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겐 본래 자신이 소유한 것에 대해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게다가 오늘날 우리 사회는 사람들로 하여금

소유하는 것이 정상이고, 더 많이 소유할수록

더 중요한 사람으로 여기게끔 하는 데 일조한다.

-도미니크 로로, 『심플한 정리법』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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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 라이프를 알게 된 것은

제 삶의 큰 행운입니다.

'결핍'을 '자발적 선택'으로 생각 자체를

변하게 해주었고,

물건이든 인맥이든 직업이든

모든 선택의 기준이 '남'이 아니라 '나'로 바뀌었으니까요.

내가 만족하면 그걸로 괜찮다고

스스로를 격려하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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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짱이 인정받고 싶은 건

본인이 들고 있는 다리미의 브랜드가 아니라

성실하게 다림질을 하면서 일상을 유지하는 자세이듯

저 또한 '소유물보단 생활하는 모습'에

자긍심을느끼며 살고 싶습니다.

내가 꿈꾸는 미니멀리스트로서의 삶은

자기 자신의 일상을 아끼면서

담백하게 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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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미니멀리스트 작가 사사키 후미오는

'자신의 개성을 살리세요' 같은 메시지들이

현대 젊은이들에게 강박관념과 같은

초조함을 준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뭔가를 이루거나

훌륭한 사람이 될 필요가 없고

평소에 해야 할 일들을 완수하고

하루하루 성실하게 생활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위로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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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유쾌한 일이다.

이런 돈을 용돈이라고 한다.

나는 양복 호주머니에 내 용돈이 7백 원만 있으면

세상에 부러운 사람이 없다.

그러나 3백 원밖에 없을 때는 불안해지고

2백 원 이하로 내려갈 때에는 우울해진다.

이런 때는 제분 회사 사장이 부러워진다.

-피천득, 「용돈」, 『인연』(샘터, 2002)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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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퇴사를 지켜보며

문득 영화 <라라랜드>의 대사가 떠올랐습니다.

"꿈을 꾸는 그댈 위하여,

비록 바보 같다 하여도.

상처 입은 가슴을 위하여,

우리의 시행착오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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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젊고, 갓 결혼했고, 햇볕은 공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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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것, 아름다운 것을 볼 때

살아 있다는 사실을 다행으로 생각해 본다.

그리고 훗날 내 글을 읽는 사람이 있어

'사랑을 하고 갔구나' 하고

한숨지어 주기를 바라기도 한다.

나는 참 염치없는 사람이다.

-피천득, 「만년(晩年)」의 마지막 문장

 

훌륭한 사람으로 인정받기보다는

사랑을 하고 간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피천득 선생님.

감히 흉내에 불과하겠지만

나도 그리 살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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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키 후미오는 미니멀리스트가 되어서

'왜 저런 걸 샀을까?' 하는 비난은

'왜 이런 것도 없을까'와 다를 바 없는

그릇된 태도라고 말합니다.

미니멀리스트로서 추구해야 할 것은

단순히 물건의 개수를 줄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자기 삶에 집중하는 태도라는 점을 알면서도

타인의 소중한 삶에 이렇다 저렇다 참견을 하고

평가를 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습니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삶의 모습이 있고

물건에 나름의 이야기가 잠재되어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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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스트의 정의가

'자신의 삶에 집중'하는 것이라면

또다른 정의는

'타인의 삶을 함부로 평가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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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백년이 지나면

아무도 없어

너도 나도

그 사람도

-에쿠니 가오리, 「무제」, 『제비꽃 설탕 절임』

(소담출판사,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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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한 삶의 열쇠는

소유하는 방법과 이유를 찾는 것임을

이제나마 깨달았습니다.

양가 부모님께서는 둘이 먹기에 많다면

얼마든지 주변 지인들과 나눠도 좋다고 하십니다.

단순히 양만 보고

미니멀 라이프와는 맞지 않는다고 투덜거린 건

실은 나의 게으른 변명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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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 라이프를 하는

근본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다시 되짚어 봅니다.

바로 가장 소중한 것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가족과의 사랑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겠지요.

엄마가 주시는 딸기와 소고기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사랑일 것입니다.

이 세상 어느 누가 제가 입맛이 없을 때

딸기와 소고기를 잘 먹는 것을 기억하고

이렇게 챙겨 보내줄까요.

딸기와 소고기가 탁자와 주방 바닥을 가득 채운

외형적인 모습만 보고

그 안에 담긴 엄마의 사랑을 미처 보지 못 한

얄팍한 제 미니멀 라이프를 거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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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작가처럼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책을 계기로

미니멀 라이프에 관심이 많아졌다.

지나치게 살림살이가 많은 집에서 살아왔기에

더욱 미니멀 라이프를 동경하게 되었다.

 

이후에도 미니멀 라이프와 관련된 책은

여러 권 읽었는데

국내 작가의 책은 처음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지 여느 책들보다도

공감되는 부분이 더 많았고

 

특히

부모님이 정성껏 챙겨준 음식들을 보고

너무 많다며 투정부린 작가의 일화에서

첫 자취를 시작할 때

이것저것 생활용품을 챙기는 엄마에게

무거우니 그만 챙기라며 볼멘소리했던 내 모습이 떠올라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 없었다.

 

미니멀 라이프는

소중한 것에 집중하기 위한 삶.

그 본질을 잊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