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해 대충 하는 미니멀 라이프 - 밀리카
마음을 다해 대충하는 미니멀 라이프
지은이: 밀리카
"불행한 사람일수록 더 쌓아두려 한다."
물건을 지나치게 구매하거나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들여다보면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된 결핍이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습니다.
예전에 비해 내가 지닌 물건은 많이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물건에 둘러싸여 살 때보다 평안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면서
정서적 안정을 얻은 영향도 있지만
결핍을 물건으로 채우는 것이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미니멀 라이프를 통해 스스로 느낀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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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겐 본래 자신이 소유한 것에 대해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게다가 오늘날 우리 사회는 사람들로 하여금
소유하는 것이 정상이고, 더 많이 소유할수록
더 중요한 사람으로 여기게끔 하는 데 일조한다.
-도미니크 로로, 『심플한 정리법』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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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 라이프를 알게 된 것은
제 삶의 큰 행운입니다.
'결핍'을 '자발적 선택'으로 생각 자체를
변하게 해주었고,
물건이든 인맥이든 직업이든
모든 선택의 기준이 '남'이 아니라 '나'로 바뀌었으니까요.
내가 만족하면 그걸로 괜찮다고
스스로를 격려하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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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짱이 인정받고 싶은 건
본인이 들고 있는 다리미의 브랜드가 아니라
성실하게 다림질을 하면서 일상을 유지하는 자세이듯
저 또한 '소유물보단 생활하는 모습'에
자긍심을느끼며 살고 싶습니다.
내가 꿈꾸는 미니멀리스트로서의 삶은
자기 자신의 일상을 아끼면서
담백하게 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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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미니멀리스트 작가 사사키 후미오는
'자신의 개성을 살리세요' 같은 메시지들이
현대 젊은이들에게 강박관념과 같은
초조함을 준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뭔가를 이루거나
훌륭한 사람이 될 필요가 없고
평소에 해야 할 일들을 완수하고
하루하루 성실하게 생활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위로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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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유쾌한 일이다.
이런 돈을 용돈이라고 한다.
나는 양복 호주머니에 내 용돈이 7백 원만 있으면
세상에 부러운 사람이 없다.
그러나 3백 원밖에 없을 때는 불안해지고
2백 원 이하로 내려갈 때에는 우울해진다.
이런 때는 제분 회사 사장이 부러워진다.
-피천득, 「용돈」, 『인연』(샘터, 2002)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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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퇴사를 지켜보며
문득 영화 <라라랜드>의 대사가 떠올랐습니다.
"꿈을 꾸는 그댈 위하여,
비록 바보 같다 하여도.
상처 입은 가슴을 위하여,
우리의 시행착오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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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젊고, 갓 결혼했고, 햇볕은 공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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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것, 아름다운 것을 볼 때
살아 있다는 사실을 다행으로 생각해 본다.
그리고 훗날 내 글을 읽는 사람이 있어
'사랑을 하고 갔구나' 하고
한숨지어 주기를 바라기도 한다.
나는 참 염치없는 사람이다.
-피천득, 「만년(晩年)」의 마지막 문장
훌륭한 사람으로 인정받기보다는
사랑을 하고 간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피천득 선생님.
감히 흉내에 불과하겠지만
나도 그리 살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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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키 후미오는 미니멀리스트가 되어서
'왜 저런 걸 샀을까?' 하는 비난은
'왜 이런 것도 없을까'와 다를 바 없는
그릇된 태도라고 말합니다.
미니멀리스트로서 추구해야 할 것은
단순히 물건의 개수를 줄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자기 삶에 집중하는 태도라는 점을 알면서도
타인의 소중한 삶에 이렇다 저렇다 참견을 하고
평가를 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습니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삶의 모습이 있고
물건에 나름의 이야기가 잠재되어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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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스트의 정의가
'자신의 삶에 집중'하는 것이라면
또다른 정의는
'타인의 삶을 함부로 평가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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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백년이 지나면
아무도 없어
너도 나도
그 사람도
-에쿠니 가오리, 「무제」, 『제비꽃 설탕 절임』
(소담출판사,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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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한 삶의 열쇠는
소유하는 방법과 이유를 찾는 것임을
이제나마 깨달았습니다.
양가 부모님께서는 둘이 먹기에 많다면
얼마든지 주변 지인들과 나눠도 좋다고 하십니다.
단순히 양만 보고
미니멀 라이프와는 맞지 않는다고 투덜거린 건
실은 나의 게으른 변명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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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 라이프를 하는
근본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다시 되짚어 봅니다.
바로 가장 소중한 것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가족과의 사랑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겠지요.
엄마가 주시는 딸기와 소고기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사랑일 것입니다.
이 세상 어느 누가 제가 입맛이 없을 때
딸기와 소고기를 잘 먹는 것을 기억하고
이렇게 챙겨 보내줄까요.
딸기와 소고기가 탁자와 주방 바닥을 가득 채운
외형적인 모습만 보고
그 안에 담긴 엄마의 사랑을 미처 보지 못 한
얄팍한 제 미니멀 라이프를 거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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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작가처럼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책을 계기로
미니멀 라이프에 관심이 많아졌다.
지나치게 살림살이가 많은 집에서 살아왔기에
더욱 미니멀 라이프를 동경하게 되었다.
이후에도 미니멀 라이프와 관련된 책은
여러 권 읽었는데
국내 작가의 책은 처음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지 여느 책들보다도
공감되는 부분이 더 많았고
특히
부모님이 정성껏 챙겨준 음식들을 보고
너무 많다며 투정부린 작가의 일화에서
첫 자취를 시작할 때
이것저것 생활용품을 챙기는 엄마에게
무거우니 그만 챙기라며 볼멘소리했던 내 모습이 떠올라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 없었다.
미니멀 라이프는
소중한 것에 집중하기 위한 삶.
그 본질을 잊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