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어의하루 2019. 4. 4. 10:28


 블루베리 파이는 꽤 흔한 디저트지만 사진과 같이 백설공주에 나올 법한 비주얼로 파는 곳이 드물다. 검색에 검색을 동원했지만 내가 전부터 알고 있던 망원동의 카페, 서울에서 이곳 말고는 없었다.

 기분 전환 겸 망원동 산책을 가기로 결정하고 당연히 이 카페도 코스에 넣었다. 집에서 점심을 먹고 가는 일정이었는데 너무 배부르게 먹었다가 파이가 맛없게 느껴질까봐 점심도 평소보다 적게 먹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섰다. 우리집에서 망원동, 가깝지 않은 거리인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지하철을 옮겨 타고 걷다보니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다. 

 전에도 한 번 왔던 곳. 그 때는 왔다가 오픈 시간 전이라 그냥 돌아갔는데 카페 이름이 무척 따뜻해서 한동안 내 머릿속에 남았었다. 한번 가야지, 한번 가야지 하고. 이번에는 오픈 시간을 잘 확인해서 온 덕분에 혼자 쓸쓸히 돌아가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나는 혼자 카페에 갈 때면 보통 소일거리를 가지고 간다. 사실 소일거리를 할 목적으로 카페에 간다고 하는 편이 더 맞겠다. 그런데 여기서는 어쩐지 그런 걸 하고 싶지 않았다. 오늘만큼은 카페의 분위기와 지금 이 순간을 느끼며 그냥 멍하니 앉아 있고 싶었다. 블루베리 파이가 나왔을 때 열심히 사진을 찍고 스케줄러에 오늘의 스케줄을 끄적거린 다음 카페를 천천히 둘러보며 옛날 생각을 했다. 감회가 새롭다. 분명 혼자서도 많이 온 동네인데, 눈가가 시큰거려서 혼났다. 마음을 담담히 하고 파이를 열심히 먹었다. 한 스쿱 올려진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쫀득하니 파이랑 잘 어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