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일기 #4
오전 내 날씨가 화창해서 빨래 돌리고 창문도 활짝 열어놓고 참 좋은 휴무의 시작이다. 일찍 일어나서 도서관에 갔다. 경기도권의 도서관이지만 생활권이 내가 있는 곳과 같아 회원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는 걸 1년 만에 알게 되었다. 늦어버린 시간이 좀 아깝긴 하지만 일찍 알았어도 작년같은 생활 패턴으로는 도서관을 다니는 것 자체가 힘들었을거라며 위로해본다. 1년 늦은만큼 올 한해 더 야무지게 도서관을 이용해보겠습니다!
도서관에서 사부작사부작 좀 더 걸어 다이소도 다녀왔다. 새 마스킹 테이프를 사러 간건데 예전에 봐둔 예쁜 디자인들은 다 없다. 바게트와 과일바구니같은 작고 아기자기한 이미지가 10개쯤 반복되는 떼어쓰는 마스킹 테이프였는데 너무 오래 전에 눈도장을 찍어놨나 보다. 물건을 사지 않고 후회한 일보다 물건을 사고 후회한 일이 더 많긴 하지만 가끔 '그 때 봤을 때 사둘 걸'하는 미약한 아쉬움을 느낄 때가 있는데 오늘의 마스킹 테이프가 그랬다. 그래도 두번째로 간 곳에서 그나마 마음에 든 걸 찾아서 얼른 샀다. 진정한 천원의 행복이다. 소소하게 행복해질 수 있음에 감사했다.
다이소를 지나 마지막 목적지는 시장. 오랜만에 들린 시장 내 빵집에서 원하는 빵을 다 사서 흡족했다. 우유식빵, 마늘바게트, 찹쌀떡. 전부 인기 메뉴라 퇴근길 전화해서 물어보면 품절일 때가 많은데 일찍 온 덕분에 여유있게 쌓인 빵들 중 제일 맛있어 보이는 것들로 느긋하게 골랐다.
이런저런 볼일을 마치고 집으로 복귀 후 사진 찍으러 나가볼까 싶었으나 청소하고 천성인어 쓰며 여느 때와 비슷한 주말 휴무의 오후를 보냈다. 집에서 보내는 휴무의 꽃은 단연 영화 감상. 오늘도 한 30분을 무슨 영화 볼지 고민하다가 ‘주먹왕 랄프’를 골랐는데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 디즈니의 숨은 명작이라는 말이 공감된다. 스토리도 탄탄하고, 엄청 재미있고. 스물 여덟 직장인의 눈가를 촉촉하게 만들었다(사실 나는 어떤 애니메이션이든 볼 때마다 우는 편이긴 하다). 2탄은 아직 네이버에 안 올라왔는데 얼른 업데이트되면 좋겠다.
ㅡ이렇게 저녁 때까지는 확실히 행복한데.
8시 뉴스가 끝나고 밤으로 접어들면 우울해질 때가 왕왕 있다. 거의 8시 뉴스를 보며 밥 먹을 때부터 까닭없는 슬픔이 시작되는 것 같다. 밥 먹다가 눈물을 흘리는 건 매우 청승맞다. 이 때의 나는 바닥까지 꺼지는 기분이 들며 접시 위의 만두만 봐도 눈물이 줄줄 흐른다. 밝은 낮의 나와는 너무도 달라서 스스로의 이중성이 두렵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