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쓰고봅니다/직장인일기

직장인의 일기 #1

김연어의하루 2019. 1. 24. 10:14

 

1. 퇴근길, 내가 보고 느낀 것

 야근을 했다. 1달에 1번 정도 하는 당연야근(?)이라 별일없이 잘 마치고 퇴근했다. 이상하게 평소보다 더 가뿐한 느낌이었다. 야근한 날은 9시 반쯤 지하철을 타는데 이 시간에는 사람이 붐비는 것도 덜해서 좋다. 

 지하철에서 한참 열심히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하루내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는데 내리기 한 정거장 전 역에서 장님이 탔다. 처음에는 의식하지 못했다가 딱 딱 하고 지팡이가 바닥을 더듬는 소리에 알아차렸다. 혹시나 스크린도어와 열차 사이 틈으로 지팡이가 빠져버리진 않을까 조마조마해 하며 지켜봤는데 다행히 무사히 탔다.

그분은 타자마자 바로 옆 손잡이에 기댔다. 일곱 자리가 붙어있는 좌석들은 꽉 찼지만, 건너 세 자리가 붙어 있는 곳은 자리가 널널했다. 저 분께 빈 자리를 안내해드려야 하나. 나는 맞은편 문에 기대고 서 있어서 모든 상황을 다 알고 있었고 그게 어떤 의무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행동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괜히 누가 팔을 덥썩 붙잡고 이끌면 그게 더 공포이고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 짧은 순에도 오만가지 가설과 결론을 세우며 머리만 열심히 굴리고 있는데, 갑자기 세 자리 중 한 자리에 앉아 있던 초로의 남자가 일어나더니 그분의 팔을 붙잡았다. 내가 하려고 했던 행동이 눈 앞에서 이어져서 조금 놀랐다. 초로의 남자는 그분을 천천히 이끌더니 여기 앉으소, 라고 했고 그분은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은 후 연신 고맙다고 인사했다. 마음이 아릿해졌다. 생각만 많은 내가 부끄럽기도 했고 그분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사람이 있어 다행이기도 했다.

 

2. 어차피 계획대로 안 되잖아요

 인생이 언제나 그렇지만 얼마 전에 떠나보낸 작년도 정말 예상 못한 일들로 가득했던지라 올해의 첫달을 보내며 빽빽하게 세워가는 계획들이 약간은 부질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라는 걸 알면서도 계획 세우기를 멈출 수가 없다.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