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어의하루 2019. 1. 5. 23:56




근무중 모르는 번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처는 부동산이었는데, 집주인이 월세를 올려 재계약하고 싶다는 내용을 전했다. 전혀 뜬금없는 이야기는 아니었고 이미 다른 중개업자가 귀띔해준 내용임에도 막상 실제 상황이 되니 바로 긍정적인 대답이 나오질 못했다.

임대료 증액은 연 5% 금액 내에서만 가능하고 한 번 올리면 1년 이내에 재인상을 할 수 없다. 이런저런 법과 함께 이번에 통보받은 인상분의 금액은 2만원이다. 새로 집을 알아보고 이사할 때 들어가는 비용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월세 인상 통보에 썩 마음이 편치 않은 이유는 아마도, 아, 월세살이라는 게 이런 것이구나 올리면 올리는대로 받아들이고 싫으면 나가라는 식의 을의 입장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어떤 고된 세상살이의 한켠을 하나 더 알아버린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당연한 듯 누리던 모든 것들은 대가를 지불하고 있었다. 역에서 가까운 거리, 항시 안전을 책임져주는 관리인 아저씨, 집까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칸막이가 설치된 샤워 부스, 아늑한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