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쓰고봅니다/백수일기
백수생활이 끝나고 그리고 나는
김연어의하루
2018. 9. 20. 17:34
9월 17일부로 다시 근로자 신분이 되었다. 다시 일을 시작하자마자 넘쳐나던 시간이 부족해지고 블로그는 뒷전이 되어버렸다. 약 한 달 반 가량의 백수생활을 블로그에 차곡차곡 기록해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51일이었다.
일을 시작하기 전날 밤까지도 이게 옳은 건가(?)하는 회의감이 수도 없이 밀려왔었다. 일 자체는 내 전공과 맞아 잘 해낼 자신이 있었다. 그렇기에 서류를 넣고 면접을 본 것인데 막상 합격해서 출근하려니 덜컥 겁이 났다. 나 이번 해까지는 쭉 놀려고 했는데. 주변에도 백수 라이프를 즐길 거라고 큰소리 뻥뻥 치고 다녔는데 뒤로는 몰래 구인 자리를 알아보고 서류를 준비한 스스로의 이중성이 부끄러웠다. 남자친구는 별 걸 다 부끄러워한다고 뭐라했지만 여튼 나는 그랬다.
그래도 막상 출근을 하고 나니 조금, 조금씩 기쁘다. 서울에 와서 깨달은 것 중 하나가 '나는 큰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인데, 난 뭔가 엄청 큰 걸 이루어 내고 경쟁하며 성장해가는 타입은 아닌 것 같다. 조용히 할 일을 다 하고 그만큼의 보수를 받아 내 시간을 소중히 하고 즐기는 편이 더 좋다. 그리고 지금 직장은 그런 삶에 적합한 곳이라 감사하다.
아직 출근한 지 3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잘 해내고 싶다. 너무 모나지도 너무 튀지도 않게. 내 직업을 사랑하는 성실한 사람으로 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