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일기 D+39
*먹은 것
아침: 우유, 식빵(토마토잼+땅콩버터)
점심: 참나물이랑 약고추장 넣어서 비빔밥, 김
간식: 치즈스콘, 당근큐브
저녁: 짜파게티
**간 곳
줄리앤줄리아
***2018년 9월 3일 월요일
1. 숫자를 보고
어머. 백수라이프가 벌써 39일차에 접어들었다. 내일이면 40일, 10일만 더 지나면 50일이다. 시간의 흐름도 놀랍고 무엇보다도 39일치의 일기를 썼다는 게 신기하다. 백수일기, 앞으로 더더 열심히 써서 꼭 독립출판으로 낼테야!
2. 집과 밖
아침 스케줄을 마무리하고 줄리앤줄리아에 갔다. 저녁에 요가교실 가기 전 가볍게 바깥바람이 쐬고 싶은데 멀리 가기는 귀찮으니 적절한 이동 범위 내에서 고른 장소였다. 카페에서 특별히 뭔가 거창한 걸 하진 않았다. 그냥 어제부터 눈에 밟힌 책 한 권을 들고 가서 읽고, 8월 스케줄러를 슥 한번 읽어보고, 살짝살짝 졸기도 하고.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앉아있는데, 갑자기 비가 엄청나게 퍼부어대기 시작했다. 비를 보자 정신이 번쩍 들며 잡다한 생각들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아, 좀있다 요가교실 가야하는데. 바지만 편한 걸로 입고 왔어도 바로 요가교실 가는 건데. 근데 비오니까 왠지 가기 귀찮다. 그냥 집에서 책 읽을걸 왜 여기까지 나왔지. 집에 있었으면 차비도 아끼고 비 맞을 일도 없는 건데.
결과적으로 밖에 나온 걸 후회했다. 바람이 쐬고 싶다, 케이크가 먹고 싶다 등의 이유가 달린 외출이었지만 사실은 집에 있으면 '뭔가 아깝다'라는 근본없는 고정관념에 휘둘려 꾸역꾸역 나온 것이다. 물론 진짜 이유가 있거나 생각만으로도 즐거워지는 외출을 할 때도 많지만 솔직히 어제오늘의 나는 좀 억지스럽게 외출을 하고 싶어했다.
꾸역꾸역 밖에 나와도 피곤하고 졸리기만 하다면 억지로 돌아다닐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어떤 날은 집을 더 좋아한다는 걸 인식하고 내가 정말 좋을대로 하면 될 뿐.
3. 왜 이렇게 졸린 거죠
카페에서도 졸고, 저녁 먹고 나서도 벽에 기대서 꾸벅꾸벅 졸았다. 비오는 날씨를 핑계로 요가교실까지 자체휴강해놓고 졸음을 못 이겨 자꾸만 축 늘어졌다. 평소처럼 자고 평소처럼 일어난 것 같은데…. 교토 여행의 여독이 아직 덜 풀린 걸까? 커피를 안 마셔서 그런 걸까? 신체 컨디션이 내맘 같지 않으니 얼른 하루를 정리하고 자고 싶은 생각뿐이 없던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