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일기 D+38
*먹은 것
아침: 바나나우유, 초콜릿 한 조각
점심: 밥, 계란말이, 김치볶음
간식: 엘리게이터 빵, 카페모카
저녁: 밥, 계란말이, 깻잎무침
**간 곳
주재근베이커리
광명시장
***2018년 9월 2일 일요일
1. 다시 일요일
일찍 눈을 떴지만 자발적 늦잠을 택하고 가만히 누워있는데, 문득 창 밖 너머 화창한 날씨를 보고 빨래거리가 생각나서 후다닥 일어났다. 내일은 비가 많이 온다 했으니 일찌감치 빨래를 돌려놓고 하루종일 바짝 말려야 할 것 같다. 이렇게 천천히 일상으로 돌아왔다.
2. 보고, 걷기
어딜 가볼까, 뭘 먹을까, 하릴없이 인스타그램만 들여다보는 바보같은 짓을 좀 오래하다가 장도 볼겸 오랜만에 시장에 다녀오기로 정했다. 시장 가는 길에 주재근베이커리를 그냥 지나칠 순 없지. 주재근베이커리는 멀리 가기는 귀찮고 맛있는 빵은 먹고 싶을 때 가장 정답같은 곳이다. 철산역 근처를 걷다 보면 주재근베이커리 빵 봉지를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꽤 많은데, 그걸 볼 때면 정말 여기가 동네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빵집이구나하는 생각에 내가 괜히 흐뭇해진다.
거의 삼 개월 만에 발문한 시장은 여전히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안 온 사이 단골 빵집과 횟집이 사라져서 놀랐다. 나중에 알고보니 빵집은 시장 내 다른 골목으로 이사한 거라 했다. 다행이다. 그 빵집에서 사 먹는 찹쌀떡이 제일 맛있었는데. 비빔밥을 먹기 위해 나물을 조금 사고, 식빵도 사고, 과일도 샀다. 무화과를 사러 간 건데 좌판에서 통 보이질 않아 그런대로 편하게 먹을 수 있는 포도 한 바구니를 골랐다. 집에 와서 포도를 씻으려고 꺼내보니 세 송이 중 한 송이의 상태가 시들시들하고 줄기에서 포도알아 뚝뚝 떨어졌다. 바구니에서 제일 밑에 깔려있던 포도임에 틀림없다.
장 본 것이 그다지 무겁지 않아 집에 갈 때도 걸어갔다. 걸어서 왔다갔다할 정도로 날씨가 풀렸다. 내일과 내일모레쯤 큰 비가 내리고 이후 완연한 가을 날씨에 접어든다고 한다. 이제 가장 활동하기 좋은 계절,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만 남았다.
3. 추측성
어제 일본에서 귀국 후 인천공항에서 데이터를 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문자는 적금 미납 문자였다. 자동이체를 신청해놓은 통장에서 인출할 적금액이 부족해서 인출하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급한대로 다른 통장에 있는 돈을 적금액만큼 이체시켰다. 그런데 그 다른 통장도 보름쯤에 빠져나갈 자동이체 건이 있다. 그 때는 그 통장 잔액이 부족하다고 알림이 올 것이고, 그럼 난 또다른 통장에서 자동이체 금액만큼 이체해두겠지.
어쩌면 지금이 가장 위험한 상태가 아닐까. 빵 하나 사 먹는다고 해서 내일부터 당장 생계가 위태로워지는 건 아니지만 따로 수입은 없는 상태. 매일매일 쓰기만 해도 될지 걱정되면서도 소비를 멈추고 싶은 마음이 없어 쓰긴 쓴다. 애매한 재정 상황이 사람을 안일하게 만드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