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쓰고봅니다/백수일기

백수일기 D+37 / 교토여행 특별편

김연어의하루 2018. 9. 2. 11:25

*먹은 것

아침: 포테이토 콘포타쥬, 아이스커피, 시나몬롤, 크로와상

점심: 뿌리채소와 잘게 다진 고기를 넣은 카레

간식: 아이스 아메리카노, 초코 크로와상

저녁: 단팥빵, 카츠산도, 스키피콘

 

**간 곳

철학의 길 哲学の道

스타벅스 スターバックス

히비카페 HIBI COFFEE

산마르크 카페 サンマルクカフェ

교토역 京都駅

간사이공항 関西空港

인천공항

 

 

 

 

 

***2018년 9월 1일 토요일

 

 

1. 오전의 오전

 

 5시 반에 딱 일어나서 기특한 내 자신. 아침부터 또 비가 많이 내렸다. 하지만 난 호텔 파자마가 있어YO! 젖는 것 따위 무섭지 않다. 전날 미리 사온 세븐일레븐 콘포타쥬를 후룩 먹고 아침 산책길을 나섰다.

 

 철학의 길은 반드시 맑은 날, 그리고 시간이 많은 날 다시 와보리라 다짐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비에 젖은 고즈넉한 느낌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다만 이 때 비가 보통 수준으로 내린 게 아니라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아프게 쏟아져서 오래 머무르지 못한 게 아쉽다. 그래도 이런 아쉬움이 다음에 또 올 여지를 남겨주니 이건 이거대로 좋다.

 

 산책을 마치고 8시에 오픈하는 스타벅스에 갔다. 카모 강이 보이는 자리에 위치한 스타벅스였다. 한국에서도 생각하는 거지만 스타벅스는 참 자리 선정을 잘 한다. 잘 팔릴 만한 자리를 쏙쏙 골라내서 뚝딱뚝딱 가게를 짓는데 비단 한국 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그 센스가 빛을 발한다.

 

 전망 좋은 자리를 골라 커피와 시나몬롤을 주문했다. 저번에 산 <뉴욕규림일기> 사은품으로 받은 미니 컴포지션 노트를 가져왔는데 아침 시간 동안 이 노트에 여행 후기 등을 열심히 적었다. 일명 규림작가 따라잡기! 이번 여행 동안 컴포지션 노트 한권을 채울 그림 일기를 적어가는 게 목표였는데 둘째날인 어제는 사진찍고 돌아다니기에 바빠 한 줄도 못 적었다. 절반 정도 남은 노트를 채우려면 오늘 부지런히 적어야 했다(그리고 집가는 공항버스 안에서 마지막 페이지를 마무리 하면서 한권 완성에 성공하게 된다. 야호!).

 

 

2. 오전의 오후

 

 비가 계속 내린다. 처음 여행 계획을 짤 때부터 셋째날에 갈 곳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는 상태였는데, 가면 비 때문에 많이 고생할 것 같았다. 그래서 또 과감히 포기했다. 저번 여행 때도 시간이 부족해서 넘긴 곳이라 좀 아쉽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었다. 그곳 대신 가게 된 히비카페를 선택한 게 너무 뿌듯하고 행복했으니까.

 

 교토역 근처에 있는 히비카페는 좁은 골목 안쪽에 자리잡고 있다. 가게는 작은데 자리 배치가 아늑하고 답답한 느낌이 없다. 커피도 맛있고, 점심과 저녁 시간대에는 식사류를 주문할 수 있어 여기서 점심까지 해결하고 역으로 갔다. 군더더기 없이 좋은 여행의 마지막 코스였다.

 

 

3. 오후의 밤

 

 무사히 귀국해서 집에 오니 평소 귀가 시간이랑 비슷하게 8시 반이 좀 넘었다. 광주에 다녀온 것 마냥 자연스럽게 복귀했다. 짐 자체가 별로 없었고 사온 물건도 적었기에 정리도 빠르게 마쳤다. 평소랑 똑같이 씻고, 일기를 쓰고 잘 준비를 마쳤다.

 

 여행 내내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이라는 문장이 떠올랐었다. 이번 교토행은 일상같은 여행이었다. 그리고 이제 현실로 돌아왔으니 여행같은 일상을 보내야 한다. 매일매일을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것 보다 단 며칠을 일상이라고 생각하는 게 더 쉬운 것 같지만 어쨌든 교토에서 보고 느낀 모든 것들이 앞으로의 백수 라이프에 또다른 전환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고마웠어, 교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