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게 라이프, 편안하게 함께 따뜻하게 - 마이크 비킹
휘게 라이프, 편안하게 함께 따뜻하게
지은이: 마이크 비킹
휘게는 간소한 것, 그리고 느린 것과 관련이 있다.
휘게는 새것보다는 오래된 것, 화려한 것보다는 단순한 것,
자극적인 것보다는 은은한 분위기와 더 가깝다.
여러 면에서 휘게는 '느리고 단순한 삶'의 덴마크인 사촌이라고 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잠옷을 입고
영화 <반지의 제왕>을 보는 것,
좋아하는 차를 마시면서
창가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는 것,
여름휴가 기간에 친구나 가족들과 함께
모닥불을 피우는 것 모두 휘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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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게는 종종 먹고 마시는 일을 포함하지만
가끔은 소비를 삼가면 삼갈수록 더욱 휘겔리하다.
값비싼 물건이거나 인기 있는 명품일수록 덜 휘겔리하고,
단출하고 소박한 활동일수록 더 휘겔리하다.
휘게를 극대화하는 데는 돈이 거의 들지 않는다.
양초보다 더 비싼 뭔가를 구입할 생각이 없다면 말이다.
휘게는 돈을 더 많이 소비함으로써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와 정반대된다고 할 수 있다.
휘게는 시장 자본주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개인의 행복에는 매우 좋은 영향을 끼친다.
휘게는 삶의 가장 단순한 것에서 느끼는 기쁨이며
거의 아무런 비용 없이 누릴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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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게는 자기 자신과 주변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좋은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는 데서 오는
소박한 즐거움의 순간을 누리는 것이다.
무언가를 만끽한다는 것은
그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존재를 당연시 여기고
소홀히 하는 마음을 경계해야 한다.
감사하는 마음이란
가령 어떤 선물을 받으면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할 때 갖는 마음보다
더 깊이 있는 것이다.
감사함이란 내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고 있음을 유념하고,
그 순간에 집중하며, 현재 누리는 삶을 감사히 여기고,
가지지 않은 것이 아니라 가진 것을돌보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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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게 10계명
1. 분위기: 조명을 조금 어둡게 한다.
2. 지금 이 순간: 현재에 충실한다. 휴대전화를 끈다.
3. 달콤한 음식: 커피, 초콜릿, 쿠키, 케이크, 사탕. 더 주세요!
4. 평등: '나'보다는 '우리'. 뭔가를 함께하거나 TV를 함께 시청한다.
5. 감사: 만끽하라. 오늘이 인생 최고의 날일지도 모른다.
6. 조화: 우리는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당신을 좋아한다. 당신이 무엇을 성취했든 뽐낼 필요가 없다.
7. 편안함: 편안함을 느낀다. 휴식을 취한다. 긴장을 풀고 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8. 휴전: 감정 소모는 그만. 정치에 관해서라면 나중에 얘기한다.
9. 화목: 추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관계를 다져보자.
"기억나? 우리 저번에..."
10. 보금자리: 이곳은 당신의 세계다. 평화롭고 안전한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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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행복한 이유를 찾으려고 할 때마다
가장 자주, 그리고 가장 뚜렷하게 발견되는 특징이
바로 '좋은 대인관계'다.
행복했던 순간에는
늘 누군가 함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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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회적인 동물이다.
이는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만족감과 삶에 대해 갖는
전반적인 만족감을 서로 비교해볼 때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인간관계는
이런저런 일들을 함께 겪어 왔고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공유하며 지지해주는
가깝고 친밀한 관계다.
간단히 말하면 휘게를 느낄 수 있는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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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게는 내향적인 사람들에게 잘 맞는 사교방식이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 속에서 여러가지 활동을 하는 대신
소수의 가까운 친구들과 함께
느긋하고 조용한 저녁 시간을 보내는 방식으로 사람들과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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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있는 건물의 공용 공간에 작은 도서관을 꾸미면 휘겔리하다.
큰 비용을 들일 필요도 없고
효과도 오랫동안 지속되니 더욱 좋다.
함께 사는 이웃의 허가를 받은 후
낡은 서랍장이나 선반을 구해서 계단참에 놓는다.
그 위에 이미 읽은 책들을 몇 권 꽂아 놓는다.
그런 다음, 책 한 권을 가져갈 때마다
다른 책 한 권을 채워 놓아야 한다는 원칙을 공지한다.
집에 돌아올 때마다 계단참에 놓인 책들이 반겨주니
퇴근하는 일이 더욱 휘겔리해진다.
꽂아두었던 책이 다른 책으로 바뀌었는지 살피는 재미도 있다.
또한 같은 건물에 사는 사람들 사이에
더욱 활발하게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장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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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놀이를 사랑하지만
어째서인지 어른이 되면 놀이를 그만둔다.
어른이 되면 삶의 이런저런 문제들을 처리하느라 스트레스를 받고
바쁜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대문이다.
그러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는 여가 활동을 할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
어른들의 문제점은 어떤 활동을 할 때
그 결과와 목적에 너무 연연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돈을 벌려는 목적으로 일을 하고
몸무게를 줄이려는 목적으로 헬스클럽에 가며
인간관계를 확장하고 출세하려는 목적으로 사람들을 만난다.
그저 재미있기 때문에 뭔가를 하던 시절은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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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초 없는 휘게는 팥 없는 팥빵이다.
덴마크 사람들에게 휘게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언인지 묻는다면
거의 85%에 이르는 사람들이 양초라고 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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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초콜릿 가게에 가서
양질의 초콜릿이 든 작은 초콜릿 상자를 구입하자.
굳이 비싼 것을 살 필요는 없다.
이따금 하나씩 음미할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작은 선물을 하는 기분으로 구입하면 왼다.
매일 또는 주 1회 초콜릿을 하나씩 꺼내 먹으면
다음에 먹을 순간을 기다리는 일이 일상의 작은 기쁨이 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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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시장이 더욱 유연해짐에 따라
사람들은 먼 거리에 있는 직장에 취직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개인의 사회적 관계망이 지리적으로 멀리 확산됨에 따라
막상 이웃과의 교류는 줄어들고
지역사회에 대한 소속감이 사라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먼 거리로 출퇴근할 수밖에 없게끔 도시가 설게되어 있다면
그 도시의 사회적 건강은 악화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면
이는 우리가 건강한 동네에서 살고 있다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
이웃간의 신뢰와 공동체의식을 되살리고자 한다면
도시 계획을 짤 때 이와 같은 측면을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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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사람들이 고기와 달콤한 디저트, 커피를 많이 섭취하는 것은
직접적으로 휘게와 관련이 있다.
휘게는 자기 자신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며
건강한 식습관이라는 의무를 잠시 내려놓는 것이다.
몇 년 전 친구네 집에 찾아갔을 때였다.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당시 네 살이던 친구의 딸이
내게 "직업이 뭐에요?" 하고 물었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게 내 직업이야." 나는 이렇게 답했다.
"그게 뭔지 전 알아요." 친구의 딸이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단것이죠."
행복에 관해서라면 그 대답은 너무 단순한 것일지 몰라도
휘게에 관해서라면 제대로 짚은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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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음식이 얼마나 휘겔리한가 하는 것은
어느 정도 그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에 달려 있다.
경험 상 요리하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릴수록 더욱 휘겔리하다.
휘게 음식을 만드는 일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준비 과정 속에서 보람을 느끼는 것이다.
그것은 음식과 모종의 관계를 형성하는 일이다.
가게에서 구입한 잼보다 집에서 손수 만든 잼이 더욱 휘겔리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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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게는
매일의 작은 친절과 기쁨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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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gge Life'는
엄마의 카톡 상태메세지다.
발음도 몰라 일일이 스펠링을 타이핑해가며
그 뜻과 읽는 법을 알았다.
책을 읽고
내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관이
휘게와 많이 비슷하다는 걸 깨달았다.
단순함에서 느끼는 기쁨.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
달콤한 디저트.
아. 덴마크에 가고 싶다.
덧)
시원한 바람이 부는 공원 정자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을 앞에 둔 아늑한 카페에서
이 책을 읽었다.
이게 바로 휘게 아닐까.